반성 673
김영승
우리 식구를 우연히 밖에서 만나면
서럽다
어머니를 보면, 형을 보면
밍키를 보면
서럽다
밖에서 보면
버스 간에서, 버스정류장에서
병원에서, 경찰서에서…
연기 피어오르는
동네 쓰레기통 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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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저녁, 집 앞 골목에서 제 할머니와 손잡고 산책 나온 세살 짜리 조카와 마주쳤다.
잠 투정부리며 나가자고 떼쓴 것이 분명한 조카의 두 눈은 촉촉히 젖어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대뜸 말한다.
"런닝이 메리야스야."
"응? 뭐라고?"
제 옷을 손으로 가르키며 다시 조카가 말한다.
"런닝이랑 메리야스랑, 똑같은거야"
나시 티셔츠로 보였던 조카의 옷은 사실 속옷이었던 모양이다.
조카는 어느 새부턴가 나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묻지도 않은 대답을, 그것도 뻔히 다 아는 얘기를 자신만 아는 것처럼 진지하게 하는 식이다.
웃음이 터졌다.
조카의 작은 얼굴에는 어린 아이 답지 않은 확고한 믿음과 이모에게 반드시 설명을 해야하는 사명감까지 엿보였다.
어둑해진 골목에 서서 한참을 깔깔거리던 나의 웃음의 끝은
알 수 없는 서러움에 잠기고 말았다.
작고 말랑말랑한 이 아이가 조금만 더 천천히 자라주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
- J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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