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인 A씨는 어느 날 어린 조카에게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게 됐다.
"치! 삼촌이 해준게 뭐 있어?"
귀를 의심케 하던 그 말. 순간 머리가 띵해져 뒷목을 부여잡으니 무릎이 푹 꺽이더라나. 그렇게 물고빨고 예뻐하던 조카가 이제 컸다고 삼촌한테 '해준게 뭐 있느냐'며 따지는 것이다.
누나네 네 식구와 부모님과 함께 사는 A씨는 조카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태어날 때부터 시작해 백일, 돌잔치, 어린이 날 등 빠짐없이 선물에 돈을 아끼지 않았고, 주말이면 데이트를 포기하고 놀이공원에 데려가기도 했고, 엄마한테 혼나는 조카 역성 들어주는 것 또한 그의 몫이었다. 매일 거실 바닥에서 말 태워 주고 목마 태워주며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끼던 조카가 이제는 저렇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주지 않는다고 삼촌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것이다.
심한 충격을 받은 A씨는 결국 그 날 이후 약 열흘 동안 조카와 말을 안하며 '삐침' 상태에 들어갔다. A씨의 얘기를 듣던 사람들은 덩치 큰 30대 남성이 어린 조카에게 토라진 일'을 두고 모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지만, 농담만은 아닌 것 같았다.
A씨의 부모님과 누나네 부부는 '아직 애가 어려서 그런거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길 것을 권유했다.
차라리 부모였다면 자식 키우는 게 다 그런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역시 애 키우는 것은 힘든 일이며, 나도 부모의 가슴에 못박은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옛 생각하며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을터다.
그런데, 조카다. 한 집에 살면서 자식처럼 키우고 아꼈지만 따지고 보면 자식도 아니요, 일촌도 아닌 엄연한 삼촌 관계다.
어른들은 '결혼해서 니 애 낳아 봐라. 조카들이 눈에 들어오나'하며 조카를 사랑하는 것이 다 한때인 것을 상기시켰지만, A씨의 상처는 컸다.
하지만.. 그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조카는 초등학교 들어가서부터 못하는 말이 없더니, 마론 인형을 사주면 "이거 중국산아니지?" 묻질 않나, 다른 집 삼촌은 뭐뭐를 사줬다며 은근히 비교하질 않나, 얄미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나.
듣고보니, 남의 얘기가 아니다. 내게는 17개월이 된 끔찍히 사랑스러운 조카가 하나 있다. 첫 조카라서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무럭무럭 쑥쑥 자라나고 있다. 잠 투정할 때 제 엄마보다는 할머니를 더 찾는 조카는 우리집에 웃음을 넘치게 하는 유일한 동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카보다 더 큰 복병이 있으니 바로 조카의 엄마, 즉 우리 언니다.
"우리 애기 OO사야하는데, 이번엔 막내이모가 사줄거지?*^^*"
"어~ 그럼그럼! 사 사~"
이런 대화가 한달에 두어번은 오고 간다.
퇴근하고 집에 오는 골목길, 저 멀리 세발 자전거에 올라탄 조카와 자전거를 밀어주고 계시는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멀리서도 이모를 알아보고 좋아서 펄쩍펄쩍 들썩이는 조카를 재빠르게 들어올려 품에 쏘옥 안을 때는 정말이지 너무 행복하다.
내가 밥 먹을 때면 무릎에 살짝 올라 앉아서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자신이 먹고싶은 것을 가르킨다. 수박이 먹고 싶을 때는 '슈~~' 하면서 입술을 내밀고, 치즈가 먹고 싶을 때는 냉장고 앞에서 '치치 치치'거린다.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고, 같이 누워서 TV보다 잠들고, 저녁에는 같이 손잡고 산책을 나가면서 조카는 내게 너무나서 커다란 일상의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이 꼬맹이도 언젠가는 '이모가 해준게 뭐가 있어' 하며 투정을 부리겠지. 어쩌면 왈칵 눈물이 쏟아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 컸다고 철없이 볼멘 소리를 할 때면 서운함에 야속함에 꿀밤이라도 때려주고 싶은 심정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내겐 천사같은 조카일 뿐이다.
-J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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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7/23 "삼촌이 해준게 뭐있어?"…조카를 사랑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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